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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by B Diary 2022. 7. 17.

작가: 이주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했다. 운 좋게 같은 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했다. 24년째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출처: yes24)

장르: 에세이

평점: 8/10

독서 기간: 2022년 6월 1~13일

독서 방법: ebook

 

왜 이 책을 읽었을까?

그가 추천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게 도움이 된다고 보장하는 친구 K가 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어느 날 친구 K와 맥주 한 잔을 하는데, 나보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우리는 흔히 우울증이 '우울감'을 느끼는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론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흥분된 상태의 모습으로도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예시가 조울증이고, 이 책은 여러 차례 조울증을 겪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었기 때문에 나보고도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

나는 아직 운이 좋게도 우울증을 겪을 만한 큰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글을 잘 써서 등장하는 사례들이 소설보다도 재미있게 잘 읽혔고, 작가의 문장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배운 것

이 책이 내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건 일기 쓰기에 동기부여를 준 점이다. 이 글에는 작가가 직접 작성했던 일기가 여러 차례 인용된다. 그리고 작가는 서문에서 글쓰기가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 힘든 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내게 오랜만에 일기장을 쓰고 싶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6/27자부터 실제로 시작했다!) 이런 사소한 (하지만 중요한) 것들은 실천으로 옮기기 아주 쉬운 편이다. 책 읽기를 지속하다보면, 때로는 <부의 추월차선>처럼 당장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책들도 있지만, 이처럼 바로 쉽게 내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들도 계속 만날 거라는 기대가 생기게 된다. 

 

좋았던 구절

조증의 주요 특이점 중엔 '타인과의 거리'를 제대로 재지 못한다는 게 있다.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경계를 마구 무너뜨리고 함부로 침범해버린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현재의 황홀경에 홀딱 빠져ㅕ 있는 조증 환자에게 '지금' '여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을 매우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아주 잠깐 만났을 뿐인데도 홀딱 반하기도 한다. 나를 타인으로부터 지켜주던 거리는 해체되고 정돈되지 않은 관계가 남는다. 나 홀로 기대하고 나 홀로 바라고 나 홀로 사랑하고, 그래서 나 홀로 분노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구절을 읽을 때에는, '어 이거 난데' 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에 모든 구절을 읊기는 어렵지만, 가끔 작가가 묘사하는 '조증'의 특징들에서 정말 내 모습이 많이 보이기는 했다. 이런 조증의 시기의 내 모습을 '확장된 자아'라고 표현했다. 이 시기에는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이후엔 그 대가로 그만큼 깊은 골의 울증을 겪게 된다. 

나는 종종 사람들로부터, 나보다도 한참 어린 동생들에게도, '에너지가 참 많다'는 말을 듣고는 하는데, 이런 모습이 작가가 서술하는 '조증' 시기의 모습에 많이 겹치기는 하여 읽는 동안 흠칫흠칫 했다.

 

선생님은 감정은 '바다의 파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파도가 없는 바다를 생각해 보라고. 파도가 쳐야 바다다운 경관이 생겨나고 그래서 아름다운 거라고 말했다. 또 인생을 항해일지에 빗대 말했다. 감정은 배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이성은 갈 곳을 알려주는 방향타다. 좌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의 축적 덕분이다. 우리는 감정을 동력 삼아 나아가고 이성을 발휘해 길을 찾는다. 그리고 항해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며 서툴렀던 선원은 베테랑으로 성장한다. 

"우리는 감정을 동력 삼아 나아가고 이성을 발휘해 길을 찾는다." 라니. 너무 멋있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 것도 정말 멋있고, 감정을 파도에 비유한 것도 정말 멋있는 표현이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읽는 내내 잘 쓰인 문장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ebook 하이라이트가 총 98개인데, 다 소개를 할 수는 없으니까 이 정도만.

 

- 다음에 또 다시 읽어도 좋을 책!

- 친구 K 추천 받고, 나도 또 다른 친구 S에게 추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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